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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 산행후기 ³°″/일상이야기

청산은 나를보고...남설악 안산 『도종환님의/산을 오르며』

 

 

 


▲ 남설악 안산 1,430m정상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고승 나옹혜근의 선시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 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 온 길 뒤돌아보고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 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 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도종환님의/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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